주여 믿음을 주시옵소서
우리 속에 있었던 모든 일을 결코 다 쓸 수는 없을 것입니다.

물론 우리는 아직도 연약하고 부족하지만,
우리가 예배당 부지를 구입하기 위하여 땅을 알아보고, 땅을 계약하고,
물질을 드리면서 얻은 주님과의 사귐은 결코 지울 수 없습니다.
어둠이 짙을수록 떠오르는 태양빛이 밝고 소망스럽듯이,
우리 마음에 어두움이 짙게 드리워져 있는 가운데 맛본 주님의 손길은 참으로 귀한 것이었습니다.
어떤 때는 우리 같은 사람을 돌아보시는 주님의 은혜를 기억하며,
마음 속 깊숙이에서부터 감격하기도 했습니다.
처음에 이 일에 동참하고자 마음을 정하고도 몇번 마음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못나고 어그러진 우리를 주님이 손수 안으셔서,
이 일을 향한 열정을 넣어 주셨고, 물질도 공급해 주셨습니다.
무엇보다 주님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오랜 세월을 인간의 옳고 그름에 잡혀 살아왔는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고,
얼마나 많은 세월을 나를 위한 삶을 살며 허비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교만에 쩔어 있는 제 모습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한계 밖의 일을 하려다 보니, 주님의 도우심 없이는 결코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주님이 돕지 않으신다면 결코 일은 이루어질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주님 앞에 나아가야만 했는데, 그것은 제게 큰 어려움이었습니다.
평소 제 뜻대로 삶을 살았기에, 이 일 앞에서 제 삶에 대한 마음을 정해야 했습니다.
일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마음을 한번 정했습니다.
주의 뜻을 따르기로 마음에서 굴복했습니다.
주님은 기다리셨다는 듯이 제 마음에서 만나 주셨습니다.
저는 기도하기를 싫어하는 사람이라, 그 후로도 주님께 나아가는 것을 미루고 미루다가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서 주님께 나아가면, 주님은 늘 의심없는 믿음을 심어 주셨습니다. 이 일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는.
저는 그런 마음이 신기했습니다. 저같은 사람에게 왜 그런 확신이 드는지 알 수 없습니다.
물질을 드리며(동서울교회 형제 자매들은, 모르긴해도 형제님이 계산한 삶보다 더 가난하지만 형제님이 계산해 낸 것보다 더 많은 물질들을 기쁨으로 드린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형편만을 생각하면서 답답해 하기도 했지만,
주님은 그때마다 곧바로 주님의 일은 주님이 이루시는 것임을 생각케 하시고,
주님이 우리를 위해 예비하신 길은 우리가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이기에
우리가 계산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것임을 깨우쳐 주셨습니다.
사실, 홍해 물이 갈라지는 것은, 그 앞에 가 섰을 때 맛보는 것이지, 애굽 땅에서 맛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주님은 우리를 그런 가운데로, 평안을 주시며 이끌어 가고 계십니다.
다만 저는 제 생각을 버리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우리가 예배당 부지를 사기 위해 돈을 드렸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믿음을 배우고 있고, 주님과 마음을 나누고 있습니다.
마음에서부터 형제들과 사귀어 가고 있습니다.
그것은, 제게는 돈과 바꿀 수 없는 제 인생 전부와 같은 것입니다.
그 동안 믿음 없이 살아오면서 겪었던 마음의 고통과 비참함은 말로 다 할 수 없습니다.
저는 주님이 저를 이 복된 자리에 세워 주신 것이 감사할 뿐입니다.
안 끼워 주셔도 할 말 없는데, 끼워 주시고, 당신의 일하심을 맛보게 하시고,
당신을 알게 하심을 인해 감사할 뿐입니다.
저 같은 사람 그냥 놔두셔도 좋은데, 이 일은 꼭 저를 위해 허락해 주신 것 같습니다.
저는 7월 말이면 이사를 갑니다.
새로 지을 동서울교회에서는 생활해 보지 못하겠지요.
그래도 마음은 하나입니다. 함께 주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정말 예배당을 지어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에 믿음의 집을 세워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월이 지나면 예배당은 무너지겠지만, 우리가 만났던 주님은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예배당을 다 짓는다고 해서 믿음의 싸움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믿음의 종들이 경험한 그 넓은 세계 중 한 부분에 발은 내디뎠을 뿐입니다.
많은 믿음의 삶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주님은 많은 불쌍한 사람들을 구원으로 인도하길 원하시겠지요.
육신은 필연적으로 안주하길 좋아하지만,
주님은 우리를 다시 새로운 세계로 떠밀 것임을 믿습니다.
아, 어리석고 나약하고 육신적인 우리가 주님의 그 은혜에 떠밀려
못난 우리와 상관없이 믿음의 세계를 경험해 갈 것을 생각하면 감사하고,
우리를 버리지 않고 끝까지 안아 주시는 교회가 있는 것이 감사하며,
그 모든 일이 우리를 사랑하시는 주님으로 말미암아 이루어짐이 감사합니다.

우리가 작정한 물질을 주님이 해결해 주셔도 감사하지만,
해결해주시지 않아도 감사합니다.
오랫동안 주님을 바랄 수밖에 없는 삶을 살게 될 테니까요.
저처럼 육신의 껍질이 두꺼운 사람에게는 더 없이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주님을 잊고 생활하다가도 작정한 물질을 생각하면, 주님의 은혜를 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나안 땅은 하늘에서 비를 내려 주어야 살아갈 수 있는 땅이라고 하던데,
우리도 이번에 주님만을 바랄 수밖에 없는 삶 속으로 한 걸음 옮겨놓은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듣기만 했던 말씀이
이 일을 지내는 동안 하나 하나 우리 마음으로 옮겨오는 것이 소망스럽습니다.


Reply 윗 글에 대한 답글입니다.

3개월이 지난 글은 덧글 입력이 불가 합니다.
카카오톡 공유하기 URL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