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따를 수 밖에 없는 자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아무리 주님이 따라오지 말라고 해도
주님을 따를 수 밖에 없는 자가 되었습니다."



“성도의 죽는 것을 여호와께서 귀중히 보시는도다”(시 116:15)

서 형제는 작년부터 입버릇처럼 “나 같은 사람은 믿음으로 살지도 못하는데, 하나님이 차라리 데려가셨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그 말은 삶을 자책하는 말이 아니라, 믿음으로 한 번 살았으면 하는 마음의 바람이었다. 그러다가 만성 소화불량으로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갔다가 방사선 검사 결과, 위암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그 동안 방사선과에 진단을 받으러 몇 번이나 찾아갔다가 번번히 그냥 돌아왔는데, 아내 되는 노 자매와 함께 가서 ‘암’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두 사람 모두 너무나 놀라고 당황도 되었다. ‘뭐, 체한 것이겠거니’ 하고 갔다가 눈물을 흘리고 돌아왔다. 담당 의사의 이야기로는 그리 심한 것이 아니기에 수술을 해서 위만 잘라내면 나을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병원에 입원하여 수술 날짜만 기다리고 있었다.

수술실에서 수술이 한참 진행되던 중에 집도 의사가 보호자를 찾았다. 암이 위에만 퍼진 줄 알았는데, 배를 열어 보니 다른 곳으로 너무 많이 전이(轉移)되어 손을 쓰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것이었다. 암은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군데 군데 덩어리로 뭉쳐진 것과 바닥에 소금을 뿌려놓은 듯 작은 암 덩어리가 넓게 퍼진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서 형제는 작은 암 덩어리가 위뿐 아니라 다른 곳에도 많이 퍼져 있었다. 그래서 방사선 검사에서는 그리 심각하게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모든 방법과 인간의 수고가 끝이 나면서 노 자매 마음의 발걸음이 하나님과 교회 앞으로 옮겨졌다. 누가 그렇게 하라고 한 것도 아닌데, 그 길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김재홍 목사님은 수술실에서 나온 서 형제를 찾아가서 교제해 주셨다.

“영주에 있을 때 과수원을 하시는 모친님께 심방을 간 적이 있었습니다. 아직 철이 아닌데 익은 사과를 한 바구니 따 가지고 오셨습니다. 그래서 ‘아직 사과가 익으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데 어떻게 사과가 다 익었어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모친이 저를 열매를 따 온 사과나무로 데려가시더니 ‘전도사님, 저 나무입니다. 보이시지요. 저 나무는 병이 들었어요. 그래서 죽기 전에 남은 진액을 다 뿜어 열매를 맺었답니다. 사과가 익을 그 때까지 살 수 없으니깐 죽을 힘을 다해서 일찍 열매를 맺는 것이지요.’ 하셨습니다. 형제님, 하나님은 형제님께 그런 열매를 맺게 하시려고 합니다. 다른 지체들보다 좀더 일찍 복음의 열매를 맺는 것뿐이지요. 양초가 자기 몸을 태우면서 빛을 발하듯이, 거듭난 그리스도인의 삶이 그렇습니다. 육신이 쇠하여지면서 복음의 빛은 더욱 밝게 비추어지는 것입니다.”


그 때까지 갈래갈래 나뉘어져 있던 서 형제의 마음이 하나님과 복음만으로 정해졌다. 육신이 형편 앞에서 무너지고 망해서가 아니라, 말씀 안에서 이미 육신은 버려지고 끝이 나 버렸기에 걸어가야 할 길이 주님의 길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수술을 마친 후 하동에 사는 두 여동생이 찾아왔는데, 서 형제는 “내가 수술 마치고 기력이 좀 회복되면 너희들한테 복음을 전하려고 했는데, 체면치레하려고 왔느냐?” 하면서 벌컥 화를 내었다. 서 형제는 우는 여동생들에게 “울긴 왜 우냐? 나는 너희들이 지옥가는 것이 더 슬프다.” 하면서 복음 듣기를 권하였다.

같은 병원에 부인 자매 한 명이 ‘다발성경화증’이라는 희귀한 병으로 급하게 입원하였다. 서 형제는 그 자매를 찾아가서 오히려 자매에게 ‘육신에 매이지 말고 주님을 바라보라’고 교제해 주었다. 그 자매의 남편은, “내 소원은 당신이 구원을 받아 형제가 되는 것이에요.”라는 서 형제의 말을 듣고 그 주간에 있었던 보라매 웨딩홀 집회에 참석하여 복음을 들었다. 서 형제는 그 남편에게 교제를 해 주었는데, 지친 몸을 끌고 한 마디 한 마디 하는 이야기가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하나님의 능력이 되었다.
“자네도 생각 내려놓고 말씀을 받아들여야 돼. 나처럼 한 방이면 가는 게 인생이라구!”

서 형제는 의사들이 권하는 좋다는 약을 다 뿌리치고, 오히려 담당 의사에게 “내가 암 때문에 죽는 것이 아니라, 한 번 죽는 것이 사람에게 정하여진 일이기에 그 말씀대로 갑니다.”라고 하였다. 퇴원한 후에는 교회 모임마다 힘이 되는 대로 참석해 말씀을 듣고, 기력이 없을 때에는 집에서 성경 읽고 기도하며 지냈다. 지난 4월에는 교회 앞에서 간증을 했다. “이제는 아무리 주님이 따라오지 말라고 해도 주님을 따를 수밖에 없는 자가 되었습니다.”라는 서 형제의 간증은 형제 자매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얼마 못 살 형제를 안타깝게 생각해서가 아니라, 주님을 따를 수밖에 없는 형제의 마음에, 주님 말고 다른 길과 다른 방법으로 가득 찬 자신들의 모습이 비춰졌기 때문이었다. 거듭난 성도가 품어야 할 진정한 소원은 영혼의 구원이며, 진정한 간구는 지체들이 교회 안에 세움을 입는 것이다.

김재홍 목사님은 예배 시간에 ‘믿음의 길’에 관한 말씀을 전하시면서, 자기 길을 향하는 마음을 부끄럽게 하셨다. 말씀을 들으면서, 믿음의 선진들은 그 마음에 자기 방법이 그치고 자기 길이 끝나면서 주님의 마음을 얻고 주님의 길을 가며 주님을 앙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을 보았다. 사마리아 성 어귀에 있던 네 명의 문둥이가 아람 진을 향할 수 있었던 믿음은, 자기 길이 끝나고 온전히 버림받은 자만이 가질 수 있는 마음이었다. 그들은 형편 앞에서 버려진 자가 아니라 말씀 앞에서 버려진 자들이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성에 들어가자고 할지라도 성중은 주리니 우리가 거기서 죽을 것이요, 여기 앉아 있어도 죽을지라. 그런즉 우리가 가서 아람 군대에게 항복하자. 저희가 우리를 살려두면 살려니와 우리를 죽이면 죽을 따름이라 하고”(왕하 7:4)
이런 믿음의 길로 향하는 발걸음은 레위기 13장 45절에서 출발된 것이었다. “문둥 환자는 옷을 찢고 머리를 풀며 윗입술을 가리우고 외치기를 ‘부정하다. 부정하다’ 할 것이요, 병 있는 날 동안은 늘 부정할 것이라. 그가 부정한즉 혼자 살되 진 밖에 살지니라.” 자기 길과 방법이 다 끝나버린 자만이 아람 진을 향할 수 있었고 거기서만 주님을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하나님은 자기가 끝난 자에게 찾아와 주셨고 능력으로 역사해 주셨다. 또 사마리아를 구원하는 일에 쓰임을 받았지만 네 명의 문둥이들이 자기를 높이거나 세우지 않았던 것은, 그들은 여전히 부정한 문둥병자였기 때문이다.

서 형제는 허무하게 창조된 인생을 애써 존귀케 하려 하지 않았다. 주변의 심령들을 주님 앞에 세우는 데에 귀하게 쓰임을 받았다. 아들인 서화성 형제가 교회 안에서 세움을 입었고, 여동생들이 복음을 들었고, 조카가 구원을 받았으며, 교회 형제 자매들에게 믿음의 길을 가도록 독려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썩어질 육신을 아쉬워하지 않았다. 우리는 원래 말씀 안에서 버려진 자들이기에 우리에게 남은 길이라곤 주님의 마음을 얻고 복음을 증거하는 것뿐인 것이다. 서 형제는 퇴원 후 소천하기까지 우리들에게 그런 삶을 보여 주었다.

아들인 서화성 형제에게 남긴 서 형제의 유언은, 교회 안에서 믿음으로 살아라는 것이었다. 세상 많은 사람들이 다들 부귀와 재물을 남기듯이, 그리스도인에게 있어 가장 큰 보화는 교회 안에서의 믿음의 삶이기에 서 형제는 그것을 아들에게 물려준 것이다. 서 형제는 컴퓨터 계통에서 일하는 아들이 복음의 일에 쓰임받기를 바랐는데, 아들 서화성 형제가 얼마 전 서울 지역 인터넷 자원자 모임을 서울제일교회에서 하면서 갑작스레 인터넷 선교 자원자가 되기도 했다. 하나님이 서화성 형제에게 복음으로 사는 길을 여셨다.

아내인 노예선 자매는 형제에게서 ‘나 먼저 가면 아이들하고 힘들게 어쩌지….’ 하는 위로의 소리를 듣고 싶었다고 했다. 그런데 서 형제는 그런 육신의 일에 분명한 선을 긋고 그 모든 것을 하나님 앞에 맡긴다며, 오히려 믿음 없는 자매를 책망했다.

교회가 서 형제의 장례를 치르면서, 모두들 형제와 같은 복된 죽음을 맞이하기를 바랐다. 장례식에 참석한 친척들도, 서 형제의 죽음이 스데반처럼 복된 나라와 주님을 소망하는 기쁨으로 가득찼음을 듣고 구원받고자 교제를 하기도 했다. 주일 오후, 형제의 육체를 화장하면서 우리는 모두 육신의 욕망과 헛된 인간의 방법을 날려버리고 스데반과 같은, 아니 서 형제와 같은 복음의 선한 싸움을 마치고 영광된 주님께로 가기로 마음에서 정할 수 있었다.(정리/서울제일교회 전희용 전도사)

[기쁜소식 7월호 `앞서간 성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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