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죄가 주홍같이 붉을지라도


너희 죄가 주홍같이 붉을지라도




구원간증/박백순(횡성은혜교회)

나는 모태신앙을 자부하면서 한껏 나를 높여놓고 살아왔다. 철이 들면서 성경이 내 생각과 맞지 않고 믿어지지 않아 교회를 떠나 나름대로 삶을 개척해 본다고 발버둥쳤다. 그렇지만 나는 누가복음 10장에 나오는 강도를 만난 자처럼 아무 소망없이 살았다. 나에게 찾아오는 것은 인생의 강도 뿐이었다.

한해는 어머니께서 중풍에 걸려 쓰러지셨고 또 나는 교통 사고를 당했다. 우리 아이는 개에게 온 몸을 물려 병원에 입원하였다. 얼마 후에는 장인, 장모와 처형이 교통사고로 한꺼번에 돌아가시는 비운을 맞았다. 참으로 나에게 엄청나고 큰 인생의 강도였다.

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나에게 저주를 받은 자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너무 고통스러웠기에 술로서 마음을 달래며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사업마저 망해 재산도 다 잃고, 폐인처럼 살아가게 되었다. 죽어가면서 하나님께 한 가닥 희망을 걸고 기도하였다. `나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그러나 내가 원하는 평안은 오지 않았다. 하나님께서는 나를 그리스도의 생명 안으로 이끄시는 일을 하셨다.

1999년 11월초 나는 알콜중독으로 원주의료원에 입원해야만 했다. 아내와 아이들은 나의 계속되는 폭음에 견디지 못해 떠나버렸고, 나는 혼자서 며칠 동안 술만 마시다가 의식을 잃었다. 다행히 사람들에게 발견되어 병원으로 옮겨진 것이었다. 아내는 그 동안 어떻게 하든 술을 마시지 않게 해 보려고 가출도 하고 나를 달래보기도 했다. 별의별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지만 술을 끊게 하지 못했다.

나는 술을 마시지 않고서는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급기야 아내는 나를 정신병원에 두 번씩이나 보냈다. 그곳에서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각서를 썼지만 병원에서 나오면 마찬가지였다. 아내는 마침내 나를 포기하고 아이들과 함께 방을 얻어서 떠났다. 4년 동안 병원에 열두 번씩이나 들락거렸으니 아내는 지칠대로 지쳐 있었던 것이다.

원주 병원에 입원한지 1주일쯤 지나자 몸이 다소간 회복되어서 식사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마음은 앞날에 대한 걱정 때문에 초조하고 몹시 불안했다. 서울에 친형님이 살고 있지만 하나밖에 없는 동생을 구제불능인 인간으로 취급해서 다 죽어간다고 해도 눈 하나 까닥하지 않았다. 이웃사람들도 나에 대해 `저 사람은 도저히 안될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아내와 아이들마저 떠나 버렸다. 이제 더 이상 구차하게 인생을 살아야 할 명분이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 목숨을 끊는 길만이 내게는 가장 유일한 방법이고 최선의 선택이었다. 죽음을 마음에 결정내리는 순간 현실은 냉정했다. 퇴원 날짜가 가까워지면서 어떻게 하든 나에게 빠른 결정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다른 병원에서 옮겨온 환자가 보였다. 여러 종류의 닝겔이 매달려 있는 것으로 봐서 환자의 상태가 위중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침대 양 옆에는 병원에서 쓸 수 있는 가제 도구가 잔뜩 실려 있었다. 그것으로 병원 생활을 상당히 오래 한 환자인 것을 알 수 있었다. 환자의 아내로 보이는 중년 부인이 아무 표정없이 병실로 침대를 밀고 있었다. 나중에 구원 받은 후 알게 되었지만 그 부인은 원주제일교회의 자매님이었다.

나는 병실에 누워있다가 마음이 불안해지면 흡연실에 가서 담배를 피웠다. 그렇게 불안한 마음을 달랬다. 하루는 흡연실에서 담배를 피우는데 그 부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큰소리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성경에 관해서 말하고 있었다. 직감적으로 그분이 교회에 다니는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병실에는 주일날만 되면 교회에서 전도하러 온 사람들로 득실거렸다. 나는 그것이 참 짜증스럽게 느껴졌다. 그 부인도 그런 평범한 종교인들 정도로만 생각했다.

한번은 흡연실로 담배를 피우러 가는데 마침 그 부인이 혼자 앉아 있었다. 나는 안면이 있기에 부인에게 고개를 끄덕했더니 부인이 나를 쳐다보며 "혹시 저를 아세요."라고 물었다.

병실에 처음 오실 때 보따리가 하도 많길래 기억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그분과 짧은 대화를 하게 되었다.

내가 먼저 물었다.
"남편께선 어디가 편찮으신가요?"

"아, 우리 아저씨요.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입원했어요."

나는 부인의 말에 반색을 하며
"오, 그럼 우리 동지네요. 여기에는 알콜 환자들이 참 많습니다. 저도 많이 마신 사람이죠." 라고 이야기했다.

나는 술을 많이 마신 것이 무슨 자랑인양 떠들어댔다. 손을 꼽아 가며
"밥이라곤 한끼도 먹지 않고서 소주를 하루에 네 병씩 먹고 24일을 지냈지요. 그러고 여기 왔습니다."라고 했다.

그 부인은
"우리 아저씨는 몇년간을 밥 한끼 제대로 먹지 않고 술만 마시다가 뇌가 터졌습니다. 전신마비가 와서 저러고 있는데… 아저씨는 우리 남편에 비해 얼마 드시지 않았네요." 하는 것이었다.
그 부인의 남편은 나보다 더한 사람이었다. 갑자기 뒷맛이 씁쓰름해졌다. 그때 부인이 나에게 물었다.
"부인께서는 지금 집에 계십니까?"

양심에 찔리는 날카로운 질문이었다. 나는 계면쩍어 망설이다가 사실대로 말했다.
"어디 갔는지 모릅니다."

부인은 내 말을 듣고 계속 이야기했다.
"나도 처음엔 집을 나가려고 했습니다. 남편이 죽든지 말든지 버려두고 가고 싶었지만 예수님을 만나고 난 후에는 그런 생각이 악하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생각이 바뀌었지요. 아주머니께서 들어오시면 함께 교회 다니세요"

지독하게 술을 퍼마시는 남편을 둔 아내들은 어쩔 수 없이 떠나고 마는데 그 부인은 뭔가 달랐다. `이 부인이야 말로 예수를 믿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계속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내가 잔뜩 취해 있던 날 아내는 아이들과 방을 얻어 나가버렸습니다.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도 없고 찾는다 해도 돌아올 여자도 아닙니다. 또 찾아다닐 자격도 없구요"

"여자가 가봐야 어딜가겠어요. 속상하니 잠깐 나간거겠지요. 돌아오면 예수님 믿으라고 하세요. 예수님 영접한 부인은 자기 남편 버리고 가지 않아요"

"우리 집사람도 교회에 다녔어요. 저도 37년 동안 교회를 다녔는 걸요."

부인은 의아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계속 말을 건넸다.
"37년 동안 교회를 다녔다구요? 어느 교회인데요?"
"성경교회입니다. 몇 년 전 그만두었지만…"

부인은 곧 돌아오겠다며 기다리라고 하고서는 병실로 돌아갔다. 한참 후에야 돌아와서 미안하다며 전단지 한 장을 건네 주었다. 집회 전단지였다. 부인은 집회 일자, 장소를 자세하게 알려 주며 꼭 참석하라며 다짐을 받았다. 하여튼 열심히 권했다. 그리고 `죄 사함 받았느냐, 거듭났느냐, 구원에 확실이 있느냐?` 등을 물었다. 귀찮을 정도로 물어보았다.

전단지를 받아들고 내 침대로 돌아온 후 나는 생각에 잠겼다. 37년간이나 교회에 다녔기 때문에 부흥회는 익숙했지만 부인이 말했던 물음은 자꾸만 귀에 거슬렸다.

나는 그 질문을 나 자신에게 다시 던져 보았다. `내가 언제 거듭났지? 언제 죄 사함을 받았지, 구원은 언제?`

가만히 생각해보니 예사롭지 않은 질문이었다. 16살 때 기성 교회에서 세례 받던 기억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물 몇 방울을 찍어바른다고 죄가 씻어지나 하는 의구심이 올라왔다. 한참을 골똘하게 생각하다가 `예구 나 같은 놈이 거듭나면 뭐하고, 거듭나지 못하면 뭐해. 지옥에는 나 혼자 가나 뭐`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더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이상한 질문을 한 그 부인의 교회가 잘못된 교회일 것이라는 내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렸다.

`요즘 이단은 뻔뻔하게 성경 세미나라는 간판을 내걸고 집회를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 후 부인은 나를 만날 때마다 집회에 꼭 오라고 하면서 전화번호를 알려 달라고 했다. 전화번호를 알려주면 우리 집으로 데리려 온다는 것이었다. 나는 우리 집이 원주에서 멀리 떨어져 찾아오기는 힘드니 내가 시간을 내서 집회에 참석하겠다고 둘러댔다. 그리고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고 퇴원해 버렸다.

며칠 후 병원에 볼 일이 있어서 잠깐 들렸다가 계단에서 그 부인과 마주쳤다. 나는 전화번로를 적어주지 않고 퇴원해 버린 것에 죄책감 같은 느낌이 들어 전화번호를 적어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들과 아내가 떠나버린 집은 빈집 같고, 11월말의 주위 환경으로 더욱 을씨년스럽고 황량했다. 이제 나는 이 세상에서 버리받은 인간 쓰레기 같았다. 며칠을 기다려도 집에는 누구 한 사람 찾아오지 않았다. 나는 그냥 방구석에 쳐박혀 이 세상에서 오직 나 혼자라는 무서운 형벌을 받고 있었다. 나는 버려진 자이며 신에게 저주받은 게 틀림없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아내와 아이들한테 뭐 하나 해준 것 없었다. 이렇게 죄만 잔뜩 지고서 하나님 심판대 앞에 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때 집회에 참석하라고 간곡한 부탁하던 부인의 모습이 자꾸 눈앞에 어른거렸다. 그러면서 `거길 가 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는 마음으로 누르고 있었다. 그러다가 해야 할 일도 없고 오라한 곳은 그곳 뿐이어서 이단교회는 어떤 곳인가 구경삼아서 한번쯤 가보고 싶어졌다. 아무튼 나는 집회가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 고물장수가 지나가기에 아저씨를 불렀다. 고물장수는 빈 술병을 보고 `많이도 마셨네요` 하면서 병값으로 4천 원을 주고갔다. 돈을 보자 슈퍼마켓으로 달려가서 술을 사다 마시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그런데 오후에 후배가 찾아와 "형님, 딱 한 잔만 하십시다." 하길래 빈 병값을 받은 돈을 건네 주며 술을 사오라 하였다. 후배는 큰 컵에 한 잔 마시고 후딱 일어섰는데, 나는 술맛을 보자 절제가 되지 않았다. 받아온 술병을 모조리 비우고 그것도 모라서 몇 병 더 사다가 마셨다. 그 뒤에 내가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나는 그 술을 마시고 차를 몰고 파출소에 갔다. 그곳에서 횡설수설 하다가 음주운전으로 잡혀 운전면허증을 취소당하고 벌금 400만 원을 내게 되었다. 단 돈 몇 만 원이 아쉬운 마당에 엄청난 일이 벌어진 것이었다. 죽어가는 사람의 숨통을 아예 끊어 버리는 것 같았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압할 길이 없어서 마구 술을 마시고 자살할 약까지 준비해 놓았다. 이제 입에 털어놓고 끝내려 할 때 나는 나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하나님께 기도했다. "하나님, 결국 당신이 만든 인간을 이렇게 비참하게 죽는거군요. 당신의 뜻이 이것이었습니까? 2천 년 전에 오신 예수님은 누구를 구원하였으며 왜 왔던 겁니까? 나는 그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그렇게 중얼거리다가 정신을 잃었다.

요란한 전화벨 소리에 깨어났다. 그러나 전화를 받을 힘이 없어서 받지 않았다. 그런데 계속해서 울리고 또 울렸다. 간신히 기어가서 전화를 받았더니 교회라며 내가 살고 있는 위치를 물었다. 나는 제 정신이 아니 상태에서 그냥 위치를 알려 주었다.

얼마 후 횡성은혜교회의 이창기 전도사님이 오셨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보아도 그는 사역자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저 평범한 시골 사람같이 보였다. 나는 기성 교회를 오랫동안 다녔기 때문에 말투만 들어보아도 사역자인지 아는데 그분은 조금 달랐다.

전도사님은 빨리 교회로 가자고 하였다. 나는 하나님께 용서받지 못할 죄를 너무 많이 지었기 때문에 하나님께는 도저히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전도사님은 당신이 성경에 나오는 강도 만난 자라고 하시면서 교회를 데려갔다.

전도사님은 성경만 가지고 교제를 해 주셨는데, 37년간 교회를 다니면서 전혀 들어보지 못한 생소한 말씀이었다. 나는 혹시 성경이 달라서 그런 게 아닌가 싶어서 전도사님의 성경을 살펴보았다. 같은 성경이었고 분명히 내 성경에도 똑같은 구절이 있었다.

전도사님은 내가 세웠던 모든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지 않았느냐고 물으셨고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럼 이제 예수님이 하시는 말씀에 귀를 귀울여 보라면서 매일같이 먼거리를 찾아오셨다. 그대부터 전도사님과 싸움을 시작하였다.

사실 나는 내 생각대로 살다가 망한 자였다. 누구의 말도 듣지 않았던 나인데, 이제 마지막으로 전도사님이 시키는 대로 따라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나의 생각을 꺽고 이야기를 한번 들어볼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많은 말씀을 들으면서 점점 나의 생각이 무너져갔다. 내가 고통을 당하는 것은 죄의 종이 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되, 오라 우리가 서로 변론하자 너희 죄가 주홍같이 붉을지라도 눈과 같이 희어질 것이요. 진홍같이 붉을지라도 양털같이 되리라."(사 1:18) 하는 성경 말씀이 주목되었다.
주님은 내 마음을 고통스럽게 하는 죄를 씻어주신다고 분명하게 말씀하고 있었다.

전도사님은 요한복음 3장과 민수기 21장의 말씀을 통해 어떻게 죄가 씻어지는지 말씀해 주셨다. 말씀을 들으면서 그 동안 지은 죄를 고백함으로 죄가 씻어지는 줄 알았는데,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만이 죄를 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님의 피가 내 죄를 깨끗하게 씻으셨다. 가족에게 버림받고 세상에서 버림받은 나 같은 자에게 예수님은 찾아와 주셨던 것이다. 예수님의 말씀은 단번에 나를 살리셨다. 나는 예수님께 이끌리어 교회에 맡겨졌다.

그 동안 나는 거짓된 종들에게 속아서 죄의 문제를 해결받지 못한 채 영혼에 깊은 상처만 입고 있었던 것이다. 기성 교회에서 배운 것은 `열심히 좀 하시오.` `힘을 내시오` `하나님께 보이는 의지가 그렇게 약해서 어찌 축복받고 천국가겠어요?` 하는 것이었다. 나는 힘이 들어서 도무지 그런 명령들을 따르지 못하고 이탈하고 말았던 것이다.

"이는 여러 번 고랑과 쇠사슬에 매였어도 쇠사슬을 끊고 고랑을 깨뜨렀음이러라. 그리하여 아무도 저를 제어할 힘이 없는지라."(막 5:4)

이 말씀처럼 복음은 나를 얽어맸던 죄의 고랑에서 해방시켜 주었다. 그래서 정신과 몸이 온전해질 수 있었다.

"예수께서 이르러 그 귀신들렸던 자 곧 군대 지폈던 자가 옷을 입고 정신이 온전하여 앉은 것을 보고 두려워하더라."(막 5:15)

그 후 나는 겨울수양회 연거푸 네 번이나 참석하여 말씀의 은혜를 입었다. 겨울수양회 8차 때에는 딸 은정이가 수양회 참석하여 구원을 받았다. 지난 3월에는 아내도 원주제일교회 집회에 참석해 말씀을 듣던 중 구원 받는 은혜를 입었다. 하나님은 영원한 멸망의 구렁으로 가고 있던 우리 가정을 복되고 행복한 가정으로 이끌어 주시고 교회에 길리움을 받게 하셨다. 주님께 진심으로 영광과 찬양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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