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공간으로서의 게시판을 기대하며
작년 이맘때 쯤이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 맞은 편에 새로 아파트가 들어서게 되면서
소음과 분진으로 여름 나기가 불편해 졌습니다.
그래서 주민들은 협력하여 건설회사측에 보상과 관련한 데모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요. 같은 주거공간에 살면서, 똑 같은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데도, 주민들은 같은 목소리를 내지 못했습니다.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여러 유형의 사람들이 제각각 자기 목소리를 내다 보니, 어찌보면 굉장히 단순한 일인데도 일은 복잡해져 갔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그 해 겨울에 얼마간의 보상금을 받아내긴 했지만, 그것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또 말들이 많았습니다.

전 그 때, 사람들 마음이란 것이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하여 모두 하나가 될 순 없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마음을 하나로 합한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일임을 체감한 것입니다. 하물며 관심이 다르고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들이 모여 한 마음을 이루는 것의 어려움이야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이 게시판에는, 계층과 성별, 연령이 다른 여러 유형의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그들이 모두 기쁜소식 선교회의 회원이 아님은 물론입니다. 그들에게 모두 회원들에게 적용하는 잣대를 사용하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가 있는 설정입니다. 만약 신앙을 소망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완고한 게시 원칙에 질려 이 사이트를 외면할지도 모릅니다.

또 선교회에 소속된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름을 밝히기가 민망한 내용인 경우에는 필요에 따라 가명이나 익명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실명만을 사용하라고 강제 비슷이 청했을 경우 생기는 부작용도 만만찮을 것입니다. 본인의 이름이라 하더라도 스스로의 마음이 허용하는 경우에만 나타내고 싶은 것이 일반적인 생리입니다.

이 곳 게시판이 `누구나, 아무 이야기나 하는 곳이 아니며, 자유토론장이 아니다`라는 관리 원칙의 패러다임을 바꾸면 어떻겠습니까?
아무나 들어 와서, 어떤 이야기든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서의 게시판을 기대합니다. 만약 그것이 어려우면 게시판을 이원화하는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삭제의 경우에도 원칙이 있어야 하며, 기본적인 네티켓은 지켜야 합니다. 문제가 있는 글은, 게시물을 일단 그냥 두고서 게시한 사람에게 삭제할 의향을 알려야 하며, 가능한 본인의 동의를 구한 상태에서 삭제하는 것이 일반적인 네티켓입니다. 여기서는 이러한 네티켓이 전혀 지켜지지 않는 듯 합니다. 제가 며칠 전 믿음에 관하여 쓴 글 하나가 지워졌는데, 메일을 열어 놓았음에도 사전통지가 없었으며, 또 제 체험을 위주로 한 그 글이 왜 삭제되어야 했는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내용에 문제가 있다면 제가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게시판을 들여다 보는 사람들이 모두 여러분들과 한 마음으로 합한 분들은 아닙니다. 저처럼 좀 비뚤고, 각지고, 못나고, 유별나더라도 언젠가는 한 마음이고자 하는 바람을 가지고 드나드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동의할 수 없는 그들의 말에 여러분들이 받는 분노 이상으로, 여러분들의 배타성으로 인해 그들도 상처받을 수 있음을 기억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너그러운 마음이 필요합니다. 서로 마음 상해서 얼굴 붉히다가도 언젠가 하나 되어 같이 웃을 날도 있지 않겠어요?

일 년이 지난 지금은 맞은 편 아파트가 제법 많이 지어 졌습니다. 좀 극단적인 가정이긴 하지만, 만약 그 때 그 여러 목소리의 사람들이 조금도 양보하지 않고 제 주장만 고집했더라면 지금까지도 보상금은 한 푼도 못 받았었지 않을까...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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