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죽음같이 강하고!
동네 골목을 지나다 보니 감나무 가지에 잎이 애기 손가락만하게 나와 있었다. 음! 그때구나! 나에게 봄 날의 그 감나무 잎에 얽힌 추억은 정말 잊을 수 없는 간증거리다. 터파기를 하면 사토를 해야 했다. 흙을 갖다 버린다는 뜻이다. 대개 도로공사 현장이나 아파트공사현장의 낮은 부분을 돋거나 메꾸는 데 실어다 주면 된다. 물론 서로 합의가 되어야 한다. 그 많은 흙을 받아줄 수 있는 가까운 사토장을 찾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은혜로 가까운 공사현장에 사토장이 있었다. 우리는 그 사토장으로 달려가 실어온 흙속에서 흙이 아닌 콘크리이트 덩어리나 나무토막들을 주워냈다. 일이 바쁘고 힘든 것은 아니었지만 좀 까다로운 부분이 있었다. 금산 복수 지량리 쪽으로 사토를 해야했다. 가까운 사토장에 더이상 흙을 버릴 수 없게 된 것이다. 좀 멀지만 비탈진 밭을 메꿀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었고 은혜였다. 우리는 멀리 파견(?)되었다. 그곳에서 차량인도를 해야했다. 차량왕래가 빈번한 도로였기에 주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나는 현장에서 지체들과 어울려 꾸준히 일하기를 원했다. 좀 힘들어도 계속 움직이며 일을 해야 시간도 잘가고 마음도 편했다. 사토장은 차를 기다리는 시간도 있고 일이 많은 것도 아니어서 좀 지루했다. 그러나 소장목사님의 지시로 나는 금산 복수 지량리 사토장으로 가야했다. 굴곡진 도로가에 서서 차량을 인도했다. 우리는 사토장 양쪽으로 멀리 서서 차가 올때마다 차량의 통행을 통제했다. 흙을 실은 차가 밭으로 들고 날 때 사고의 위험이 컸다. 우리의 도움으로 덤프기사는 어렵지 않게 흙을 실어다 부었다. 차가 다시 오려면 4,50분씩 걸렸다. 차가 오지 않는 동안 나는 안전모를 쓰고 지시봉을 든 체 졸았다. 앉아서 또 졸았다. 너무너무너무 졸리고 피곤했다. 내가 왜 이러고 서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지루했고 졸렸다. 너무 지루하면 냇가를 거닐었고 들판구경을 다녔다. 어쨋든 그 하루는 가야했다. 그 날은 혼자 갔었다. 같이 간 형제가 성경을 가지고 온 것을 보고 나도 성경책을 가지고 갔다. 시간이 날 때 읽고 싶었다. 난 내 얼굴이 봄 볕에 검게 그을려가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아! 술람미 여인이 얼굴이 검다 했지------! 난 아가서를 펴서 읽기 시작했다. "내게 잎맞추기를 원하니 네 사랑이 포도주보다 나음이로구나 네 기름이 향기로와 아름답고 네 이름이 쏟은 향기름 같으므로 처녀들이 너를 사랑하는구나(1:2,3) ----- 내가 일광에 쬐어서 거무스름할찌라도 흘겨보지 말 것은 내 어미의 아들들이 나를 노하여 포도원지기를 삼았음이라(1:6) ------ 나의 누이 나의 신부야 네 사랑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 네 사랑은 포도주에 지나고 네 기름의 향기는 각양 향품보다 승하구나"(4:10) 내 마음은 아가서의 마음으로 끌려 들어갔다. 주를 바라는 나의 마음이 그대로 나타나 있는 듯 싶었다. 드디어 8장 마지막에 이르렀다. 6절에 "너는 나를 인같이 마음에 품고 도장같이 팔에 두라 사랑은 죽음같이 강하고 ----------" 내 눈에서 눈물이 솟아 맺혔다. 나를 죽도록 사랑하신 하나님의 마음이 가슴이 저리도록 느껴졌다. 내가 죽을 때까지 따라 오셨구나! 안으려 해도 안기지 않고 기를 쓰고 벗어나는 나를 포기치 않으시고 끝까지 사랑하셨구나! 내 볼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 "투기는 음부같이 잔혹하며 불같이 일어나니 그 기세가 여호와의 불과 같으니라" 하나님은 질투하시는 하나님이시라 했던가? 투기하시는 그 하나님의 마음은 나에게 잔혹한 것이었다. 아무것도 내게 허락치 아니하셨다. 내가 보기좋아 선한 마음으로 해보려 했던 모든 것을 다 살라버리셨다. 그만큼 나를 사랑하셨고 또한 내가 하나님만 바라보길 원하셨던 것이다. 끄윽끄윽 신음했고 눈물이 줄줄 흘렀다. "이 사랑은 많은 물이 꺼치지 못하겠고 홍수라도 엄몰하지 못하나니 사람이 그 온 가산을 다 주고 사랑과 바꾸려 할찌라도 오히려 멸시를 받으리라"(8:7) 그 사랑을 알고나니 난 마음이 다 녹았다. 내가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죄를 씻고나니 그 크신 사랑이 마음으로 와 닿았다.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사랑이 내 마음에 있었다. 하나님의 사랑은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달아 죽이기까지 하시면서 우리의 죄를 씻으시는 크신 사랑이었다. 사랑은 죽음같이 강했다! 아가서를 여러번 울면서 읽었다. 난 행복했다. 봄 볕 가득한 들판! 겨우 애기손가락만하게 솟아난 감나무 잎을 바라보면서, 그 성근 그늘에 앉아 주님과 함께했던 순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 사랑은 죽음같이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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